사건,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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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안전의 패러다임 전환
정상태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정상태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최근 화학사고의 특징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살충제 계란사건과 환경재앙에 가까운 가습기살균제 사건들은 탐욕적인 상혼에 더해 부실한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로 인한 화학물질 남용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우리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위의 두 사고 외에도 각각 2012년과 16년에 발생했던 구미불산사고, 아르바이트 파견근로자의 메탄올중독 실명사고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들의 핵심문제에 대한 인식과 각성부족,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던 유관기관의 실망스런 자세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현재의 낡은 안전관리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한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과 각종 제품의 고집적화, 고기능화 경향에 따라 신규물질을 포함한 다양한 화학물질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제품 전 생애(life cycle)에 걸친 리스크(위해성)의 특성규명이 어려워지고 예상치 못한 형태로 화학사고가 발생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전에 관행적으로 행해졌던 안전관리의 낡은 상자 안에서 나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새로운 화학안전의 틀(framework)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화학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크게 제도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 현행법규의 관리대상물질로써 유독물질, 위험물, 고압가스, 농약 등 물질특성 별로 세분된 기존의 관련제도를 화학물질 전 생애 측면에서 관리특성 별로 완전 재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안전제도가 매번 강화될 때마다 이러한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중복규제가 더욱 가중돼 산업계에서 많은 민원이 유발되고 장기적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제도개혁이 필요한 한 예로써 사업장이나 대학, 연구소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장소의 화학안전관리를 선진국과 같이 산업안전 측면에서 통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양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사고예방활동, 시설기준, 안전검사, 안전교육 등 제반 안전관리 사항을 여러 법규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중복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인적 물적 자원이 낭비되고 관련제도에 대한 산업계의 불신이 가중되어 우리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의약품이나 식품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특성상 별도의 안전관리제도가 필요하지만 이 경우도 살충제계란과 같은 난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관련제도 간의 조화와 유관부처 간의 긴밀한 공조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살충제계란 사고의 경우 원인물질이 되었던 피프로닐은 진드기 제거약제로써 농축산 관련부처와 식품의약 관련부처 간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살충제 DDT에서와 같이 토양에 의한 이차오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환경오염 측면의 종합적 관리도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실제 피프로닐은 환경부의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유독물질로 지정되어 있지만 환경차원에서 원재료의 안전관리까지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중복규제가 오히려 총체적으로 부실한 관리로 이어지는 분야도 있다.

바로 유해한 화학물질의 운송안전관리로써 화학물질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으로 산재된 국제수준에 미흡한 관련법규의 불완전성 때문에 안전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일관성 있는 안전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해 화학물질 운반 중 사고가 다발하고 있다.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아무리 제도가 합리화되고 개혁되어도 궁극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안전의식의 생활화와 관련자들의 동반자의식(partnership)은 어떻게 보면 제도의 선진화보다 더 중요하다.

화학안전은 공공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산업·주민·이해관련자 모두가 책임감 있게 화학물질을 이용하기 위한 동반자로써 협력하는 문화적인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기관은 더 이상 규제자의 우월적 위치로 군림하기보다 수요자에게 찾아가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때, 사업장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자가 더 이상 무의미한 대관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본연의 안전업무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 지역주민은 상호신뢰로써 사업장과 같이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게 될 때에 비로소 진정한 화학안전의 새로운 틀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중요한 안전정책으로써 규제강화란 쉬운 방법대신 민간자율을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위험시설에 대한 화학사고 예방제도로써 산업안전보건법의 공정안전보고서나 화학물질관리법의 위해관리계획을 현행 서류위주의 보고서 제출, 심사 및 평가, 등급화 및 차등관리 등과 같은 타율적 규제방식 대신 사고예방프로그램 제도의 원 취지대로 최대한 자율적 프로그램으로 운영케 하는 것이다.

이때 선진국과 같이 자율관리에서 이행의무에 대한 태만 및 거짓에 대해서는 강력한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의 선택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개혁은 수많은 이해관련자 및 단체의 반발과 부처이기주의라는 장애물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진정한 선진산업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화학안전의 새로운 틀은 필수사항이다.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몸에 암이 발견되면 두 가지 대응전략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전략은 암과의 공존전략으로 생명연장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힘든 동거를 계속해야 하는 선택이며 두 번째는 암을 완전하게 제거해서 건강을 회복하는 전략이지만 위험한 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대안이다.


정답은 없다. 확실한 것은 현행 화학안전관리제도에서 암과 같은 기형적 문제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두 가지 대응전략 중 한 가지를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입력: 2017/09/21 [15:20]  최종편집: ⓒ safekoreanews
 
소방지킴이 17/09/26 [18:07] 수정 삭제  
  청정소화기라고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독성(염소 불소화합물)으로 이루어진 화학물질 HCFC123 100%이다. 이러한 소화기가 백화점 등과 가정집(에어로졸)에 그냥 노출되어 있다니 정말 끔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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